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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불짜리 선물보다 값싼 책 한 권이 가장 귀한 선물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 영혼이 쉴 수 있는 곳을 가꾸다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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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오랜 벗처럼 참으로 정겹게 들리는 시간. 마치 가을이 '나 이제 집 근처니 마중나와줘' 라고 속삭이는 것같이 가을은 빗소리와 함께 오늘 집 앞 문턱을 넘어선다.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는 삶

 

       정원을 가꾸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살아있을 당시 헤세의 옆 모습. 아내가 찍어준듯 하다.

 

어릴 적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을 읽을 땐 작가가 그저 헤르만 헤세라는 걸 알고 있었을 뿐이고 1946년 그가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엔 정말 대문호구나..라고 말았을 뿐인데 타샤 할머니를 사랑하고 마흔을 넘긴 내게 헤세의 정원 가꾸는 일, 그리고 자연과 벗하며 안락하고 평온한 삶을 누리는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내가 기필코 이루고픈 소망이라는 나비가 가슴 속으로 팔랑거리며 날아들더라.

 

그러다 보니 책 속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고 그동안 잘 몰랐던 작가 헤르만 헤세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도 갖게 되고.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도 자연과 벗하는 삶을 사는 분이셨음에 틀림없었다. 작가로 첫 등단을 시켜줬던 책 <페터 카멘친트>도 그 내용이 도시화와 발전으로부터 위협당하고 있는 자연을 찬미하고,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그려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첫 정원을 갖게 된 이후부터 죽기 전까지 쭉 정원사로서의 삶을 살았다. 대문호이지만 또한 화가였고 그리고 솜씨좋은 원예사였으니까. 이 책은 31세부터 77세까지 그가 정원을 가꾸면서 혹은 자연과 벗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하나로 모아놓은 그런 책이다.

 

그의 삶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친정 아버지의 정원이 불현듯 떠올랐다.

 

봄엔 화려한 꽃들이 노래하고,

여름엔 연초록 잎새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엔 울긋불긋 단풍이 떨어지는 곳.

 

그리고 농장엔 온갖 채소와 과일들이 계절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그런 곳 말이다.

 

         작가였지만 화가이기도 했던 헤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 정원의 모습이 매우 디테일하다.

 

 

문득 65세 정년퇴임 후 아버지의 정원은 일하시던 시절보다 더욱 멋지고 아늑해지고 계절별로 그 아름다움을 뽐내며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봄에 아버지의 정원에 놀러가는 이들은 꽃향기에 취하기도 한단다. 지역 도시 한복판에 있는 아버지의 정원을 떠올리니 시골에 있었던 헤세의 정원은 얼마나 더 멋지고 아름다웠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생기고 나 또한 글을 쓰고, 정원을 가꾸고, 아이와 남편과 함께 자연과 벗하는 삶을 꿈꾸게 된다.

 

책을 읽다가 그의 삶의 가치관이 온전히 드러나는 구절도 엿보인다.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은 절제하는 습관에서 나온다. 이런 능력은 원래 누구나 타고났으나 현대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왜곡되고 잃어버린 채 산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얼마간의 유쾌함, 사랑, 그리고 서정성 같은 것들이다. 이런 작은 기쁨은 이른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으로, 눈에 띄지도 않고 일상생활 속에 흔하게 흩어져 있어서 일에만 열중하는 수많은 사람의 둔한 감성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것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찬사를 받지도 못하며, 돈도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난한 사람들조차도 가장 아름다운 기쁨은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아이가 지녔으면 하는 성품이 온유함과 절제였는데 헤세는 삶의 행복과도 같은 '작은 기쁨' 을 누리는 능력은 절제하는 습관에서 나온다고 얘기한다. 대문호들은 살아있는 철학자임에 분명하구나!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땅으로부터의 행복

 

어딘가에 내 집을 갖고 한 조각의 땅을 사랑하며, 그 땅을 단지 관찰하거나 그림으로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경작하여 식물을 재배하고 농부들이나 목장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맛보는 것....

 

요즘 귀농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 않던가. 그들은 아마도 헤세의 이 마음과 똑같을 것이다.

나와 남편이 제주도에서 보낸 2년의 시간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그 곳을 향한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언젠가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리라 마음 먹는 것처럼.

 

이 책의 '해설' 페이지를 읽다보면 헤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렇게 표현한다.

 

'유리처럼 반짝이는 마법의 벽들' 이라고. 그는 그 벽들의 환상을 뛰어넘으면 아름다운 낙원, 자연이 펼쳐져 있다고 했고 그곳은 소박하고 순수한 풍요 속에서 인간의 삶이 안락하고 기분좋게 흘러가는 곳이라고 단언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백배공감!!

 

혹시 나처럼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그렇다 살다가 작고한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이 책은 이 가을 참으로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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